봄, 고사리 그리고 제주 – 연둣빛 계절이 시작되다
제주의 4월은 마법 같아요. 바람은 살랑살랑 볼을 간지럽히고, 햇살은 겨우내 움츠렸던 마음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요. 들판은 연둣빛 물결로 출렁이고, 산자락엔 고사리들이 조심스레 고개를 내밀죠. 제주에서는 이맘때면 어김없이 고사리 꺾기철이 시작돼요.
고사리는 참 여려요. 말간 갈색빛줄기와 말려 올라간 끝부분은 마치 새싹이 수줍게 인사하는 것 같죠. 손끝에 스칠 때의 감촉은 부드럽고 따뜻해서, 어느새 마음까지 말랑해져요. 고사리를 꺾고 있으면 은은한 흙냄새와 봄 풀잎의 풋내가 스며들어, 자연과 하나 되는 기분이 들어요. 그 향은 도시에서는 결코 맡을 수 없는, 제주 봄의 특별한 선물이에요.
꺾은 고사리를 요리로
막 꺾은 고사리는 금세 숨이 죽기 때문에 바로 삶아주는 게 가장 좋아요. 끓는 물에 10분 정도 삶은 뒤, 불을 끄고 뚜껑을 덮은 채 하룻밤 불려주면 고사리는 부드러워지고, 특유의 쓴맛도 사라져요. 잘 불린 고사리는 물기를 빼고 냉동하면 1년 내내 제주의 봄을 식탁에 올릴 수 있어요. 정성스레 꺾고, 삶고, 보관하는 과정이 참 사려 깊은 제주의 방식 같아요.
제주 고사리는 특히 향이 깊고, 씹는 맛이 살아 있어요. 고소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감돌고, 육류나 된장국에 더하면 풍미가 한층 깊어지죠. 뿐만 아니라 식이섬유, 단백질, 철분, 칼륨이 풍부해서 여성 건강, 특히 빈혈 예방에 좋아요. 봄의 보약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산을 대하는 태도 – 조심스럽고 공손하게
제주의 산은 아름답지만, 그만큼 우리가 지켜야 할 것도 많아요. 고사리는 줄기만 꺾고 뿌리는 남겨두는 것이 기본이에요. 뿌리까지 뽑아버리면, 다음 해 봄엔 그 아이를 다시 만날 수 없거든요. 또, 고사리밭이 모두 공공의 땅은 아니에요. 사유지에는 들어가지 않기. 마을 어르신들의 텃밭을 존중하기, 이런 작고 조심스러운 마음들이 제주를 제주답게 지켜주는 힘이 된답니다.
고사리 꺾기의 그림자 – 어르신 실종 사고를 막기 위해
봄마다 제주에선 마음 아픈 소식이 들려와요. 고사리를 꺾으러 산에 올랐던 어르신들이 길을 잃고 밤새 실종되는 사고가 여러 차례 있었거든요. 특히 제주시 애월읍, 한경면에서는 구조된 사례도 있어요. 고사리에 집중하다 보면 어느새 위치를 잊게 되니, 다음과 같은 안전 수칙은 꼭 지켜주세요.
- 눈에 잘 띄는 형광색 옷이나 모자, 스카프 착용하기
- 두 명 이상 함께 다니기
- 출발 전 위치와 귀가 시간을 가족에게 알리기
- 휴대폰 완충하고, 보조배터리 챙기기
- 위치 추적 앱(GPS 앱)을 미리 실행해 두기
그리고 너무 깊은 숲, 비지정 탐방로는 피해 주세요. 자연은 아름답지만, 늘 예측 가능하진 않으니까요.
고사리 많은 제주 비밀 명소
고사리는 제주 전역에 자라지만, 특히 다음 지역들이 풍성하게 자라는 곳으로 유명해요:
- 애월읍 곽지리 · 소길리 – 제주 현지인들이 즐겨 찾는 고사리밭
- 한경면 청수리 – 가족 단위에 적합한 완만한 지형
- 표선면 가시리 – 유채꽃과 함께 즐기는 감성 산책로
- 남원읍 하례리 – 다양한 봄나물이 자생하는 산책 코스
그중에서도 곽지리와 청수리는 접근성이 좋고, 초보자나 어르신도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는 곳이에요. 단, 일부 지역은 사유지일 수 있으니 마을 주민이나 이장님께 먼저 허락을 받는 것이 제주다운 배려랍니다 😊
마무리하며 – 당신의 봄, 제주에서 시작해 보세요
혹시 이 봄, 어디론가 떠나고 싶다면 제주를 떠올려보세요. 고사리가 고개를 들고, 수선화가 햇살에 흔들리는 그 계절엔 제주가 가장 제주다운 얼굴로 우리를 맞이하거든요. 고사리를 꺾으며 걷는 그 길, 당신의 봄을 조금 더 따뜻하고 특별하게 만들어줄 거예요.
